[기고] 위대한 승전보다 평화가 낫다 | 운영자 | 2023-09-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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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대한 승전보다 평화가 낫다 인천일보 2023년 9월 5일 인천시가 예산 27억원을 투입하여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일인 9월 15일 인천 앞바다에서 기존을 훨씬 뛰어넘는 대형 재연행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해상 정박 사열, 에어쇼, 대규모 거리행진 등 부대행사 또한 진행하고 이를 관광상품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보훈가족에 감사하고 적합한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쟁 자체를 승전했다는 이유로 미화하는 것은 매우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며, 이른바 승전의 기억에 대한 찬사 보내기의 모습이라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례는 반복되는 기억의 상기를 통해 그것의 의미를 공동체에 전파하는 행위이다. 이는 현재의 공동체에 적합한 의식을 배양하고 공감시킴으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더 중요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인식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천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중국과의 정세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이 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것이다. 누가 이긴다고 해도 두 나라 모두 전쟁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매우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자국토에서 벌어진 전쟁이기에 몇십년 전의 과거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전쟁에 개입되지 않은 나라들이다. 아무리 위대한 승전을 한다고 해도 전쟁을 하지 않음만은 못하다는 교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승전을 기억하고 의례화하려고 하기보다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억들의 표상을 만들어가 가야 한다. 전쟁의 기억에서는 승전의 자부심보다 전쟁의 피해와 끔찍함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그것이 제국주의적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로 전환하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자세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양안전쟁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것이라는 예측은 세계적 안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중국과 대만의 전쟁은 그저 남의 나라 전쟁 보듯 할 수 없다. 이는 사실상 중국과 미국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쟁에 개입되면 한국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될 여지가 크다. 한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순간 중국의 적대국이 되며, 중국은 멀리 있는 나라가 아니라 사실상 국경을 접한 나라이다. 중국은 주한미군 개입을 막기 위해 북한에게 국지전을 일으키도록 추동할 확률이 높다. 양안전쟁이 곧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적대국이 된다는 것에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 도시는 인천이 분명하다. 인천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이면서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다. 중국과 적대국이 되어 물류가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대만 주변의 하늘길과 바닷길도 모두 봉쇄될 확률 또한 높다. 물류의 중심지인 인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평화적 관계로 가는 것이 인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인천이 전쟁을 되새기며 기념하고 승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무엇보다도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알려내고 지금 매우 위태로운 시점에 와있다는 경각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해야 할 때다. 지금은 인천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승전을 기념하고, 인천을 전쟁의 기념도시로 만들고, 이를 상품화해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할 정세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전쟁의 위협이 코 앞에 다가와 있고, 우리가 어떻게 자세를 취하냐에 따라서 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날지 안 날지 결정날 시기에 와있다. 인천이 앞장 서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할 때이다. 아무리 위대한 승전일지라도 평화가 낫다. /차성수 인천YMCA 사무처장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10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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