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소년, 지역예술 체험이 중요한 이유

인천일보 2025년 7월 30일자

지역예술은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 자산을 담고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오랫동안 '인천은 예술의 불모지'라는 자조가 이어져 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환경에서 지역예술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자생적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대안 중 하나는 청소년이 지역예술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지역예술의 지속 가능성과 자생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공공 지원의 필요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되어 있으며, 지역예술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은 주로 공급자 중심의 지원에 치우쳐 있었다. 지역예술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예술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술가들이 작품을 공급하더라도, 관객 동원 없이 자발적인 향유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인천의 지리적 특성은 지역예술 향유자 형성에 있어 더욱 큰 제약으로 작용했다. 어떠한 경제적 생태계든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역예술도 마찬가지로,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 없이는 그 생태계를 온전히 구축하기 어렵다.

청소년은 단지 미래 사회의 주체가 아니라, 현재 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세대다. 감수성과 창의성, 표현력이 풍부한 이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지역예술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일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체감하고 이해함으로써, 청소년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공동체 의식, 나아가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기반은 장기적으로 지역예술의 적극적인 향유자이자 창조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토양이 된다.

예술은 이론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깊이 각인된다. 지역 기반의 예술 체험, 지역 예술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지역 축제 참여 등은 청소년에게 지역예술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삶의 일부'로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지역 예술가와의 만남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향유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 형성의 계기가 된다. 인간은 세상의 모든 예술을 접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은 자기 삶 속에서 만나는 우연한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존재 방식이 바로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양태임을 밝힌 바 있다.

청소년기는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지역예술을 접하고 예술가들과 직접 관계를 맺으며, 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키워간다면, 이들은 성장 후 지역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게 될 것이다. 한 해에 지역예술을 체험하는 청소년이 1000명만 되어도, 그 수만큼 지역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시민이 생겨난다. 이는 지역예술 생태계의 건강성과 활력을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지역성'을 반영하는 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청소년 예술 체험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지역예술가의 작품보다는 서울에서 유입된 외부 공연과 전시에 집중된 것이 현실이다. 지역예술의 자생성은 결국 향유자, 특히 다음 세대의 참여에 달려 있다. 청소년이 지역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지역성과의 정서적 연결을 체득할 때, 우리는 지역예술의 끊어지지 않는 생명선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 청소년에게 지역예술의 문을 여는 일, 그것이 곧 지역예술의 미래를 여는 일이다.

/차성수 인천YMCA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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